홍콩 여행 첫날, 피크트램 타고 빅토리아피크 야경까지
홍콩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게 빅토리아피크 야경이다. 흔히 '백만 불짜리 야경'이라 불리고, 나폴리·하코다테와 함께 세계 3대 야경으로 꼽는 사람도 있다. 마천루 하나하나가 계획적으로 들어선 스카이라인이라, 1997년 홍콩 반환 뒤 중국 자본이 밀려들며 빌딩이 계속 늘어 지금은 더 화려해졌다고 한다. 얼마나 유명하냐면, 한국에서도 흥행한 영화 《영웅본색》에서 쫓기던 주윤발이 이 언덕에 올라 홍콩섬을 내려다보며 "홍콩의 야경은 참 아름답군" 하고 읊을 정도다. 그 백만 불짜리 야경을 보러, 첫날 나는 피크트램을 타러 갔다.
실전 정보만 급하면 여기서 바로 내려가면 된다 — 피크트램 타는 법 → · 빅토리아피크 야경 보기 →. 우선은 내 첫 해외여행 첫날부터.
여행은 인천공항에서 시작됐다. 떠나기 전 마지막 한식이라며 짜장면 한 그릇을 비웠다. 한동안 못 먹을 맛이라 생각하니 괜히 더 맛있었다.

홍콩익스프레스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쳤다. 첫 해외라 이 절차 하나하나가 낯설고 긴장됐다.

비행기가 인천 활주로를 밀고 떠올랐다. 발밑으로 공항이 점점 작아지는 걸 보고 있으니, 세계일주가 진짜로 시작됐다는 게 실감 났다.


세 시간 반쯤 지나 창밖에 섬들이 흩어진 바다가 나타났다. 홍콩이었다. 착륙 직전, 좁은 땅에 빼곡히 들어찬 도시와 초록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진으로만 보던 곳이 창 아래에 실제로 펼쳐지니 가슴이 뛰었다.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풀고 거리로 나오는데, 여기 한국인이 정말 많구나 싶었다. 해외라곤 처음인데 그 첫 여행이 세계일주라니, 거리에 나서기도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항에서도, 식당에서도, 전망대 줄에서도 한국어가 들렸다. 첫 해외여행이라 신기하면서도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확실히 이국적이었다. 나는 홍콩만큼은 J 기질을 제대로 살려서 왔다. 몇 시에 어디를 가고 뭘 타고 뭘 먹을지 다 정해둔 거였다. 물론 홍콩 말고 다른 도시엔 계획이 하나도 없었다. 해외여행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그나마 아는 도시 하나에만 계획을 산더미로 쌓아온 셈이다. 그런데 현실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 표 끊는 것부터 헤맸다. 첫 여행이라 뭐 하나 매끄럽게 되는 게 없어 막막했지만, 하나씩 풀어갈 때마다 그게 또 묘하게 재미있었다.


시내로 들어서자 이층버스가 좁은 도로를 오갔고, 낡은 고층 아파트가 도로 양옆으로 빼곡했다. 딱 홍콩 영화에서 보던 풍경이라 발걸음마다 두리번거렸다.

90일간 23개 나라를 도는 여행, 그 첫 도시가 바로 홍콩이었다.
사진 한 장 부탁하는 게 곧 첫 영어였다
야경을 배경으로 내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지나가던 사람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그동안 열심히 본 미드 실력을 총동원해 꺼낸 말이 "Can you take picture?"였다. 그렇게 받은 사진은 얼굴만 크게 나오고 배경은 흐릿했다. 한 번 더 부탁하니 이번엔 반대로 배경만 살고 내가 잘렸다. 아, 한국인한테 부탁해야겠구나. 마음이 간절해졌다.


처음 찍은 사진도 어색했고, 몇 번 더 해봤지만 외국인에게 맡기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럴 땐 차라리 한국인 관광객에게 부탁하는 게 낫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 올라간 빅토리아 피크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피크트램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류장 입구 간판을 보고 설마 하며 뒤에 붙었는데,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고 몇 번이나 그냥 포기하고 내려갈까 싶었다. 결국 한 시간을 기다려 올라갔다.


*피크트램에 오르기 전, 정류장 앞 풍경*
기다리는 동안 할 게 없어 사람들과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땅이 좁아 그런지 건물이 옆이 아니라 위로만 촘촘히 솟아 있었다. 그게 홍콩의 첫인상이자 매력이었다. 요즘 《구룡 제네릭 로맨스》라는 애니메이션을 봐서 그런지, 지금은 사라진 구룡성채의 미로 같은 밀도가 이 풍경 위로 자꾸 겹쳐 보였다. 낡고 눅눅한 옛 홍콩의 정취가 이 빽빽한 빌딩 숲 어딘가에 아직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도시가 더 돋보였다.

그 마천루 숲에서 유독 눈에 띈 건 다이아몬드처럼 각진 중국은행타워였다. 홍콩을 대표하는 건축물답게,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위압적이었다.

드디어 차례가 와 빈티지 레드 트램에 올랐다. 100년 넘은 이 트램은 가파른 경사를 힘겹게 밀고 올라갔다.

창밖으로 야경이 보였고, 같이 탄 사람들은 긴장한 사람, 초조해하는 사람, 즐거워하는 사람 제각각이었지만 다들 야경을 기다리는 초롱초롱한 눈이었다.

*100년 넘은 빈티지 레드 트램을 타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
꼭대기에 내리자마자 다들 스마트폰과 카메라부터 손에 들고 찍기 시작했다. 도착했을 땐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마천루가 흐릿한 낮빛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빌딩의 조명들이 별처럼 하나둘 반짝였다. 낮과 밤이 바뀌는 그 짧은 시간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조금 걸어 자리를 옮기니 빌딩 숲이 또 다르게 펼쳐졌다. 발밑으로 마천루가 빼곡히 불을 밝히고 있었고, 한 시간 줄 서느라 쌓인 짜증이 그 광경에 좀 누그러졌다. 여러 장을 찍었는데, 그중 제일 잘 나온 걸 올린다. 올라오길 잘했어.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 하늘에 아직 푸른 기가 남은 블루아워의 스카이라인이 개인적으론 제일 예뻤다. 새까만 밤보다 이 시간의 색이 더 좋았다.

*빅토리아피크에서 내려다본 홍콩의 밤*
피크타워 안에는 피크마켓이라는 기념품·먹거리 구역이 있어서, 야경을 실컷 본 뒤 잠깐 숨을 돌렸다.

야경을 실컷 눈과 카메라에 담고, 다시 트램을 타고 산 아래로 내려왔다. 올라올 때 한 시간을 기다린 게 무색하게, 내려오는 길은 어쩐지 금방이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도시의 불빛을 보면서, 이 긴 여행이 이제 정말 시작됐다는 실감이 그제야 났다.

산 아래 시내는 아직 환했다. 트램과 이층버스가 오가고 네온 간판이 도로를 물들인 밤거리를,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걸었다.

첫 여행이라, 모든 게 설렜다
홍콩달러를 20만 원어치 바꿔갔다. 얼마가 들지 감이 없어 넉넉히 준비한 건데, 2박 3일 만에 딱 맞게 다 썼다. 처음이라 뭘 사고 뭘 먹을지 몰라 눈에 보이는 대로 즐긴 셈이다.
첫 해외여행지로 만난 홍콩은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남았다. 빽빽한 빌딩 숲 사이사이에는 의외의 낭만이 있다. 금붕어 시장이나 꽃 시장 같은 골목에 들어서면, 마천루의 홍콩과는 또 다른 사람 사는 운치가 배어 있다. 첫날엔 피크만 보고 내려왔지만, 이 도시엔 아직 못 본 얼굴이 많다는 게 오히려 설렘으로 남았다.
그렇게 첫 여행의 첫날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피크트램
피크트램은 2022년에 6세대 차량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정원이 120명에서 210명으로 늘었고, 천장이 통유리라 올라가는 내내 시내가 보인다. 가든로드 터미널도 1,300명이 들어가는 냉방 대기 공간으로 새로 지어졌다. 핵심은 예매다. 더 피크 공식 사이트나 클룩 같은 예약 플랫폼에서 시간대를 정해 표를 미리 끊으면, 내가 한 시간을 서 있던 매표 줄을 통째로 건너뛴다. 다만 밤에는 트램 자체가 붐벼 1~2시간씩 밀리기도 하니, 급하면 센트럴에서 15번 버스나 택시로 올라가는 게 나을 때도 많다. 운행은 대체로 아침 7시부터 밤 11시께까지다. 트램을 탈 땐 오른쪽 자리에 앉으면 올라가는 내내 창밖으로 시내 전경이 비스듬히 흘러가는데, 이게 은근한 볼거리다.
빅토리아피크 야경 보기
야경은 해 지기 90분쯤 전에 올라가는 게 좋다. 그래야 낮 풍경과 골든아워(대략 오후 5~7시), 불이 다 켜진 야경까지 한자리에서 이어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야경은 오후 7시가 넘어야 나온다.
명당은 유료 하나에 무료 셋이다. 제일 높은 곳은 스카이 테라스 428(해발 428m, 360도 야외 전망대)로 입장료 성인 HK$45,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연다. 돈을 아끼려면 사자정(Lion's Pavilion), 루가드로 산책로, 피크 갤러리아 3층 전망대에서도 그 스카이라인이 다 보인다. 피크트램 왕복에 스카이 테라스 입장을 묶은 스카이 패스는 성인 약 HK$110로 따로 사는 것보다 조금 싸다. 입장권과 스카이 패스도 더 피크 공식 사이트나 클룩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다. 요금은 바뀌니 출발 전 확인하자. 주말과 공휴일 저녁은 특히 붐비니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게 좋고, 비가 오거나 안개 낀 날은 스카이라인이 흐릴 수 있어 날씨도 한 번 보고 올라가면 실패가 없다.
홍콩 기본 정보
한국 여권이면 무비자 90일이고, 2024년 10월부터 입출국 카드도 없어졌다(자세한 조건은 홍콩 이민국 안내). 교통·결제는 옥토퍼스 카드 하나면 끝이다. 관광객용 실물 카드(HK$39, 보증금 없음)를 사거나, 아이폰·애플워치라면 앱으로 바로 발급된다(옥토퍼스 관광객 안내). 카드 결제가 워낙 잘 돼서 예전처럼 현금을 20만 원씩 바꿔갈 필요도 없다.
다녀와서
줄 서느라 반나절을 쓰고도 아깝지 않았던 건, 결국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그 야경 때문이다. 백만 불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다음에 온다면 이번엔 표를 미리 끊고 올라, 해 질 녘부터 자리를 잡고 심포니 오브 라이츠까지 느긋하게 보고 싶다. 첫 도시 홍콩은 그렇게, 다시 올 이유를 하나 만들어두고 떠나는 도시가 됐다.
다음 편은 홍콩 둘째 날이다.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와 심포니 오브 라이츠, 그리고 예상치 못한 로봇 피규어샵 이야기.
이 홍콩 첫날이 세계일주의 1편이다. 앞으로 도시를 순서대로 밟아 나갈 텐데, 한참 뒤에 나올 유럽 구간이 궁금하다면 순서를 건너뛴 보너스 편을 먼저 봐도 된다 — 빈(비엔나) 여행 후기, 클림트 앞에서 오래 멈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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