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 둘째 날,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와 심포니 오브 라이츠
홍콩 둘째 날은 낮에 마카오를 다녀오고, 저녁엔 침사추이로 넘어갔다. 딤섬으로 유명한 팀호완과 밤마다 열리는 심포니 오브 라이츠가 다 이 동네에 있다. 바로 정보만 필요하면 여기서 내려가면 된다 — 팀호완 딤섬 → · 심포니 오브 라이츠 보기 →. 우선 그날 저녁 이야기부터.
미슐랭 딤섬집에서 번을 찢다
올림픽역 근처 팀호완에 들어갔다.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걸로 유명하면서 값은 착하다는 그 집이다. 이름값 치고 가게는 소박했고, 회전이 빨라서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메뉴는 종이에 원하는 걸 체크해서 내는 방식이라, 글자를 몰라도 그림과 눈치로 어떻게든 시킬 수 있었다. 먼저 나온 건 구운 번. 갈라진 겉면은 소보로처럼 달큰한데, 안에는 바베큐 소스에 버무린 고기가 들어 있었다. 단짠의 정석이었다. 맛있는 빵 속에 갈비 소스라니 조합이 이상한데, 하나 집으면 자꾸 다음 것에 손이 갔다.

그리고 그 유명한 새우 딤섬. 반투명한 만두피 사이로 분홍빛이 비쳤고, 한 입 물자 껍질 벗긴 통새우가 톡톡 씹혔다. 이건 진짜 맛있었다. 문제는 사진이었다. 젓가락으로 아무리 곱게 갈라도 새우가 예쁘게 안 나와서, 결국 제일 괜찮은 사진을 골랐다.

스타의 거리, 그리고 두 번째 야경
배를 채우고 스타의 거리로 갔다. 빅토리아 하버 건너편으로 홍콩섬 스카이라인이 쫙 펼쳐지는 곳이다.

그런데 어제 피크에서 야경을 워낙 실컷 봐서 그런지, 그 대단한 스카이라인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좋은 걸 너무 몰아 보면 이렇게 된다. 해가 완전히 지자 강바람이 선선했고, 난간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빼곡했다.
부두엔 빨간 돛을 단 배가 떠 있었다. 옛날 홍콩 영화에 나올 법한 정크선인데, 저걸 타고 밤 8시 불빛쇼를 보면 근사하다고 했다. 다만 인기라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더라. 그 불빛쇼가 매일 밤 빅토리아 하버를 물들이는 심포니 오브 라이츠다(보는 법은 아래에 정리해뒀다).

거리 바닥에는 홍콩 영화인들의 손자국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주말의 명화로 보던 이름들이 발밑에 있으니 묘했다. 이건 홍금보인가 싶어 내 손을 포개보니 두 배는 컸고, 저건 틀림없이 성룡이겠지 하며 손을 맞춰봤다. 이소룡 동상 앞에선 그 유명한 포즈를 따라 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나도 한 장 남겼다. 홍콩 영화를 잘 모르는 세대도 이 앞에선 괜히 아는 척을 하게 된다.

계획에 없던 로봇 가게
야시장으로 가는 길, 뜬금없이 실물 크기 마징가가 길가에 서 있었다. 홍콩 한복판에서 웬 일본 로봇인가 싶어 홀린 듯 따라 들어갔더니, 안은 로봇 피규어로 가득 찬 가게였다.

마징가에 겟타로보, 이름 모를 로봇들이 천장까지 빼곡했고, 매니아로 보이는 사람들이 진지한 얼굴로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덩달아 몇 장 찍었다. 어떤 건 몸통 없이 머리만 따로 진열돼 있었는데, 그게 또 묘하게 비장해 보였다.

세계일주 둘째 날에 홍콩에서 일본 로봇 피규어를 구경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계획이라곤 없던 저녁이 이렇게 흘러갔다. 마무리로 아이스크림집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못 찾았고, 지하 맥도날드에서 딸기 셰이크를 한 잔 마시는 걸로 둘째 날은 끝났다. 거창할 것 없는 마무리였는데, 지나고 보니 그날치고 딱 어울렸다.

팀호완 딤섬
팀호완(Tim Ho Wan)은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걸로 유명한 딤섬집이다. 이름값에 비해 가격이 착해서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슐랭"으로 통한다. 놓치면 아쉬운 건 겉이 소보로처럼 달큰한 구운 바베큐 번(차슈바오)과 통새우가 씹히는 새우 딤섬(하가우)이다. 여기에 창펀(장분)이나 연잎밥을 곁들이면 한 끼가 든든하다. 대여섯 개를 시켜도 부담 없는 가격대라, 여럿이 가면 종류별로 맛보기 좋다. 침사추이·센트럴 등 홍콩 곳곳에 지점이 있는데, 인기 지점은 식사 시간에 줄이 생기니 오픈 직후나 애매한 시간대를 노리면 편하다. 주문은 종이 오더지에 체크하는 방식이라 영어가 짧아도 문제없다.
심포니 오브 라이츠 보기
빅토리아 하버 양안의 40여 개 빌딩이 참여하는 레이저·조명쇼로, 매일 저녁 8시에 시작해 10분 남짓 이어진다. 무료로 볼 수 있다. 명당은 침사추이 쪽 스타의 거리와 홍콩 문화센터 앞 워터프론트다. 홍콩섬 스카이라인을 정면으로 마주 보기 때문에 그림이 가장 좋다. 인기 자리는 8시 직전이면 앞 난간이 꽉 차니 조금 일찍 자리를 잡는 게 좋다. 건너편 완차이 골든바우히니아 광장에서도 보이고, 하버 위에서 배를 타고 보고 싶다면 빨간 돛배(아쿠아루나 등) 크루즈를 미리 예약하면 된다. 현장에서는 음악이 잘 안 들릴 수 있는데, 공식 앱이나 안내된 라디오 주파수로 사운드를 맞춰 들으면 훨씬 살아난다.
침사추이 둘러보기
스타의 거리는 2019년에 새로 단장했고, 이소룡 동상과 홍콩 영화인들의 손자국이 대표 볼거리다. 침사추이에서 센트럴로 넘어갈 때는 스타페리를 꼭 한 번 타보길 권한다. 요금이 몇 홍콩달러밖에 안 하는데 하버를 가로지르며 양쪽 스카이라인을 다 눈에 담는다. 저녁이라면 심포니 오브 라이츠 시간(8시)에 맞춰 워터프론트에 있다가, 쇼가 끝나고 근처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으로 넘어가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팀호완 같은 맛집부터 야경과 야시장까지 이 일대에 몰려 있어 반나절을 통으로 묶기 좋다.
다녀와서
계획 없이 흘러간 저녁이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침사추이의 매력이었다. 딤섬 한 접시, 발밑의 손자국들, 뜬금없는 로봇 가게까지, 정해두지 않아서 만난 장면들이었다. 다음에 온다면 심포니 오브 라이츠 시간에 맞춰 워터프론트에 자리를 잡고, 쇼가 끝나면 야시장으로 느긋하게 걸어 들어가고 싶다.
다음 편은 낮에 다녀온 마카오다. 베네시안의 가짜 하늘과 설탕 뿌린 에그타르트, 그리고 카지노에서 날린 아침 열 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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