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물가 후기, 한인민박이 살려준 5일

로마에서는 밥 한 끼 앞에서도 계산기부터 두드리게 됐다. 그 팍팍한 물가 사이에서 진짜로 숨통을 틔워준 건 한인민박이었다.

실전 정보만 급하면 여기서 바로 내려가면 된다 — 로마 한 끼 물가 → · 한인민박 시세와 예약 → · 소매치기 조심할 구간 →. 우선은 그 며칠 사이 로마에서 있었던 이야기부터 풀어본다.

점심마다 지갑이 얇아졌다

로마에 도착한 비행기가 선 활주로

평소엔 밥값 아끼는 재미로 여행하는 편인데, 로마에서만큼은 그 원칙을 기꺼이 접었다. 한 끼에 만 삼천 원쯤 하는 점심을, 그것도 사흘 연달아 사 먹었다. 배낭여행자 기준으로는 분명 사치인데, 그 앞에만 서면 지갑이 자꾸 헐거워졌다.

해산물이 통째로 올라간 스파게티 한 접시
봉골레 파스타
봉골레 파스타 — 조개향이 진하고, 간은 한국 입맛보다 한 뼘 셌다

조개가 통째로 올라간 봉골레였는데, 짜다 싶으면서도 그 짠맛이 오히려 계속 포크를 부르는 맛이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원래 짜게 먹는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문제는 맛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이 맛을 매번 이 가격에 감당할 형편은 아니었다.

딱 한 자리, 한인민박을 만났다

숙소를 못 구해 발만 동동 구르던 날이 있었다. 지내던 호스텔에는 이상하게 외국인만 가득했는데,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로마는 한인민박 시스템이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아서, 한국인 여행자 중엔 호스텔에 묵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내던 숙소 건물의 육중한 나무 문

이틀을 더 머물 곳을 찾아 헤매다 바로 옆집, <장군민박>에 자리가 하나 남았다는 걸 알았다.

딱 한자리! 내 여행은 언제나 운이 좋다.

그렇게 옮긴 다음 날 아침, 밥상을 보고 순간 말을 잃었다.

한인민박 한식 아침상
한인민박 밥상 — 밥과 김치, 반찬 여러 접시가 두둑하게

밥과 김치, 삶은 달걀에 나물 반찬까지. 평소라면 그냥 아침일 뿐인데, 그날은 진심으로 반가웠다. 로마, 파리, 뉴욕 같은 대도시일수록 한인민박이 진가를 발휘한다는 말을 그제야 실감했다.

한인민박 아침 밥상에 차려진 반찬 접시들

밥을 든든히 먹고 숙소 근처를 걸었다. 골목을 몇 개 지나면 나오는 작은 공원에 벤치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잠깐 숨을 돌렸다.

게스트하우스 근처 공원 벤치
숙소 근처 공원 — 볕 좋은 벤치 길

마지막 점심, 웃으며 로마와 작별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 끼니는 치킨과 토마토라이스였다.

마지막 점심, 치킨과 토마토라이스
마지막 점심 — 닭다리 구이와 토마토라이스, 슈웹스 토닉

닭다리는 그냥 삶아서 구운 백숙에 가까웠는데, 그마저도 한국 치킨이 그리워질 만큼 정겨웠다. 배는 든든히 채웠고, 마음은 슬슬 다음 도시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더운 날씨와 만만찮은 물가에 5일 만에 짐을 다시 쌌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뒤로 공항에서 조금 고생한 이야기는 부다페스트 편에 따로 있다.

로마 한 끼 물가, 지금은 얼마일까

로마 델리 진열대에 놓인 파스타와 튀김

그때 나를 지치게 한 물가는 지금도 만만치 않다. 확인 기준으로 대략 이렇다.

항목가격대
피자 알 탈리오(조각)약 5유로(2조각 기준)
젤라또(2스쿱)2.5~7유로(관광지 근처는 비쌈)
트라토리아 한 끼(와인 포함)10~18유로
관광지 근처 레스토랑 1인45~80유로

같은 메뉴라도 관광지에서 200미터만 벗어나면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는 게 여행 정보 사이트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Eating Europe 물가 가이드에 항목별 시세가 더 자세히 나와 있다. 그때의 나였다면 이 표를 보고 관광지에서 한 발짝만 더 걸었을 거다.

로마 한인민박 시세와 예약

<장군민박> 한 자리를 딱 잡았던 그 절박함은, 지금도 비슷한 형태로 남아 있다. 확인 기준, 로마 한인민박·게스트하우스 시세는 도미토리 1인 45유로(약 8만 원) 선이 흔하다. [피노키오 민박](https://www.pinocchiohostel.com/) 기준이다.

싱글룸은 90유로, 커플룸은 110유로 선으로 올라간다. 예약 플랫폼 민다에서 업체별 시세를 비교할 수 있다.

로마는 체크인 시 도시세(citytax)로 1인 1박 6유로를 현지에서 따로 받는다. 예약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 비용이니 현금을 조금 챙겨두면 편하다.

로마 소매치기, 이 구간에서 특히 조심하자

코끼리 조각 위에 세워진 로마 시내의 작은 오벨리스크

로마 지하철 입구와 콜로세움, 스페인 계단 주변은 사람이 몰리는 만큼 소매치기도 몰린다. 관광객이 많이 타는 3번·8번 트램 노선도 마찬가지다. 크로스백은 몸 앞으로 메고, 사람 많은 구간에서는 지퍼 부분에 손을 얹어두는 정도만 해도 크게 도움이 된다. 휴대폰과 지갑은 뒷주머니 대신 가방 안쪽에 넣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로마 여행 기본 정보

로마 성벽 문과 그 앞 광장

로마 시내를 여러 날 돌아다닐 계획이면 로마패스가 쓸 만하다. 72시간권 기준 대중교통(지하철·버스·트램) 무제한 이용에 명소 2곳 우선 입장이 포함되고, 개별 입장권보다 최대 30~40% 정도 아낄 수 있다. 자세한 가격과 포함 명소는 로마패스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게 정확하다.

다녀와서

로마 물가에 지갑이 자꾸 얇아지던 며칠이었지만, 돌아보면 그 덕분에 한인민박이라는 존재가 더 크게 느껴졌다. 밥 한 끼에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경험은 흔치 않다. 다음에 로마에 다시 간다면, 이번엔 물가에 덜 놀라도록 미리 준비해서 더 오래 머물고 싶다.

다음 편은 바티칸이다. 즉흥으로 여덟 명이 뭉친 단체 투어를, 영어를 반만 알아들으며 따라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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