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호스텔 바 투어, 숙소를 옮기니 만나는 사람이 통째로 바뀌었다

소피아에서는 이틀을 묵으면서 숙소를 한 번 옮겼다. 도시 안에서 몇 정거장 움직인 게 전부인데, 그 짧은 이동으로 만나는 사람이 통째로 바뀌었다. 같은 도시에서 두 개의 밤을 보낸 셈이었다.

바쁘면 실전 정보부터 — 소피아 호스텔 고르는 기준 → · 바 투어 참여법 →. 우선은 그 두 밤 이야기부터.

벽에 그림이 걸린 호스텔

벽화가 걸린 호스텔 방과 낡은 타자기
첫 숙소 — 도미토리 벽에 유화가 걸려 있었다

첫 숙소는 미술관 비슷한 곳이었다. 도미토리 벽에 커다란 유화가 걸려 있고, 창가에는 쓰지도 않는 낡은 타자기가 놓여 있었다. 책장에는 불가리아어 책이 꽂혀 있어서 아무도 안 꺼내 봤다.

안뜰이 특히 좋았다. 담쟁이가 벽을 다 덮은 작은 정원에 나무 테이블 몇 개를 놓아뒀는데, 낮에는 여기 앉아 있는 것만으로 시간이 갔다. 투어를 두 개 돌고 온 오후에 여기 앉아 다리를 뻗었을 때, 이 도시에 하루 더 있어도 되겠다 싶었다.

카운터 선반에는 라벨이 낡은 병들이 줄지어 있었다. 직원이 하나 꺼내주며 이건 불가리아 거라고 했다. 값은 한국 편의점 맥주보다 확실히 쌌다.

호스텔 바 선반에 놓인 불가리아 맥주병

조용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각자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두드렸고,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하루 종일 투어에서 사람들 틈에 있다가 들어오면 이 온도차가 딱 알맞았다.

두 번째 숙소는 성격이 정반대였다

가로등 하나만 켜진 소피아 밤 골목 계단

다음 밤은 다른 호스텔이었다. 소피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곳인데,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았다. 계단에 사람들이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안쪽에서는 계속 웃음소리가 났다.

해가 지고도 한참 동안 하늘이 파랬다. 위도가 높아서 여름 밤이 늦게 오는데, 그 파란 하늘 아래로 전차가 지나가는 대로가 예뻤다. 골목 계단에는 가로등이 하나뿐이라 어두웠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전차 궤도가 깔린 소피아의 밤 대로
해가 지고도 한참 파랬던 소피아의 밤 대로

같은 도시, 같은 가격대인데 한 곳은 도서관이고 한 곳은 축제였다. 어느 쪽이 더 좋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고, 그날 내 상태가 어느 쪽을 원하느냐의 문제였다.

아홉 시, 컵받침에 적힌 집합 시간

호스텔 앞 계단에 모여 앉은 사람들

컵받침 하나에 그날 밤 일정이 다 적혀 있었다. 아홉 시, 어느 공원 앞. 그게 안내의 전부였다.

지도 위에 놓인 바 투어 안내 컵받침
컵받침 한 장이 그날 밤 안내의 전부였다

예약도 명단도 없다. 시간 맞춰 가면 사람들이 이미 모여 있고, 가이드가 인원을 대충 세고 출발한다. 그날 몇 명이었는지 세보지도 않았는데 스무 명은 훌쩍 넘었던 것 같다. 국적을 물어보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바를 하나 마시고 다음 바로 옮기는 방식이라, 이동하는 동안 옆에 걷는 사람이 계속 바뀐다. 이름을 세 번쯤 물어보고 세 번 다 까먹었다. 나중엔 서로 그걸로 웃었다.

두 번째 바에서 이미 알았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일행과 남긴 사진
두 번째 바 — 붉은 조명 아래에서

붉은 조명이 켜진 두 번째 바에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다들 잔을 들고 웃고 있는데, 나는 그때 이미 다음 바로 갈 체력이 남아 있는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술을 잘 못 마신다는 사실이 이날처럼 선명했던 적이 없었다. 한 잔 반쯤에서 이미 얼굴이 붉어졌고, 음악이 커질수록 대화가 줄었다. 목소리를 높여서 하는 대화는 내용이 남지 않는다.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내가 여기서 얻어 가는 게 뭔지가 잘 안 잡혔다.

늦은 시각 바 카운터에 기대선 사람들

카운터에 기대서 사람 구경을 좀 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계속 그러고 있을 거면 굳이 이 자리일 필요는 없었다.

자정을 넘기고 혼자 빠져나왔다

차가 끊긴 새벽 소피아 도로

세 번째 바로 넘어가는 길에 슬쩍 무리에서 떨어졌다. 배가 고팠던 게 반, 조용한 데로 가고 싶었던 게 반이었다.

차가 끊긴 도로가 넓어 보였다. 문 연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걸어가며 먹었다. 이 여행을 하며 혼자 밤길을 걷는 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말이 들려서 고개를 돌렸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들이었는데 한국말을 했다. 그 무리에 끼어 앉으면서 그날 밤의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다.

새벽 세 시 반의 라운지

새벽 호스텔 복도에서 만난 친구들
새벽 세 시 반, 라운지에 남아 있던 사람들

숙소로 돌아온 게 두 시쯤이었는데 라운지에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그때부터가 진짜였다.

독일에서 온 커플, 나와 동갑인 한국 친구, 그리고 같은 방을 쓰던 친구 둘. 다섯 명이 소파에 널브러져 세 시간 가까이 얘기했다. 무슨 얘기였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는데, 목소리를 안 높여도 되는 대화가 얼마나 편한지는 확실히 기억난다.

새벽 세 시 반쯤 누군가 지도를 폈다. 다음에 어디로 갈 거냐는 흔한 질문이었는데, 나는 답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아테네와 로마 사이를 놓고 저울질을 시작했고, 결론은 다음 날 아침에야 났다.

바 투어를 예약할 때 기대했던 그림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소피아에서 가져온 밤이 이 새벽 쪽이라는 건 그때도 알았다.

소피아 호스텔 고르는 기준

소피아는 배낭여행자 인프라가 좋은 편이고 가격도 유럽에서 가장 낮은 축이다. 도미토리 1박이 여전히 15~20유로 선에서 형성돼 있다.

고를 때 실질적으로 갈리는 건 시설이 아니라 성격이다.

  • 파티형 — 자체 바가 있고 저녁마다 무료 투어·펍 크롤을 돌린다. 사람을 빨리 사귀고 싶으면 여기가 확실히 빠르다. 대신 새벽까지 소음이 있다.
  • 조용한 형 — 안뜰이나 라운지가 있고 저녁 프로그램이 없다. 며칠 눌러앉아 쉬거나 일정을 짜기 좋다.

이틀 이상 묵는다면 나처럼 반반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도시 하나를 두 가지 온도로 겪게 된다. 짐 옮기는 수고는 있지만 소피아는 도심이 좁아서 이동이 부담스럽지 않다.

지하철 세르디카역 반경 도보 10분 안에 주요 호스텔이 몰려 있다. 자정 넘어 걸어 들어와야 할 일이 생기니 역에서 가까운 쪽이 낫다.

바 투어 참여법

호스텔이 직접 운영하는 펍 크롤은 대개 투숙객이 아니어도 참가할 수 있다. 예약 없이 집합 장소로 가면 된다.

  • 시작은 보통 밤 9시 전후, 끝은 새벽 2~3시.
  • 참가비를 따로 받거나, 무료 대신 첫 잔을 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바 서너 곳을 옮겨 다니고, 마지막은 클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중간에 빠져도 된다. 명단을 관리하지 않아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걸 몰라서 끝까지 버티면 다음 날 일정이 통째로 날아간다.

술을 즐기지 않아도 앞 한두 곳까지는 갈 만하다. 이동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실제 알맹이고, 바 안에서는 음악 때문에 대화가 잘 안 된다.

소피아 기본 정보

지하철은 1회권 기준 1유로가 안 되고, 24시간권과 72시간권도 있다. 야간에는 배차가 뜸해지니 자정 넘어 이동할 계획이면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는 게 좋다. 불가리아는 2026년부터 유로를 쓴다.

다녀와서

기대한 밤과 실제로 좋았던 밤이 달랐다. 시끄러운 자리에서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 조용한 자리에서 몇 명과 오래 얘기하는 쪽이 나한테 맞는다는 걸 이날 확실히 알았다.

그걸 알고 나니 이후 여행에서 저녁을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 숙소를 고를 때 위치와 가격 다음으로 라운지가 있는지를 봤다. 소피아에서 얻어 온 것 중에 이게 제일 실용적이었다.

다음 편은 소피아를 떠나는 날이다. 새벽에 폈던 그 지도 앞에서 아테네와 로마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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