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막 사파리 정직한 후기 — 멀미와 모래, 그래도 가봤다는 것

두바이에서 딱 하나 돈을 쓴 액티비티가 사막 사파리였다. 결론부터 쓰면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도 안 갔으면 후회했을 것 같다.

실전 정보만 급하면 여기서 바로 내려가면 된다 — 사막 사파리 예약, 어디서 얼마에 → · 멀미와 복장,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 →. 우선은 그날 이야기부터.

오후에 픽업이 왔다

사파리는 보통 오후 늦게 출발해 해질녘 사막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그래서 낮에는 할 게 없었다. 아침은 마트에서 사둔 걸로 때웠다.

사파리 가기 전 들른 동네 마트
사파리 가는 날 아침, 숙소에서 먹은 빵과 컵요거트

숙소 앞으로 사륜구동이 왔다. 혼자 예약했는데 차에는 이미 사람이 타 있었다. 사파리 단품은 여러 사람을 한 차에 모아 운영하기 때문에 혼자 가도 혼자가 아니다. 독일에서 온 친구와 아르헨티나에서 온 부부가 같은 팀이었다. 그렇게 세 명이 한 차 뒷자리에 앉게 됐다.

픽업 차 뒷자리에서 같은 팀이 된 두 사람과 함께

시내를 벗어나자 건물이 빠르게 줄었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에는 휴게소에 한 번 선다. 여기서 기사들이 타이어 공기압을 빼고, 사람들은 화장실을 가고 기념품을 구경한다. 창밖은 곧 모래뿐이었다.

차창 밖으로 이어지던 사막 도로
사막 진입 전 휴게소에 늘어선 사륜구동 차량들

듄배싱은 놀이기구가 아니다

모래언덕에 들어서자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듄배싱이라고 부르는 코스다.

사륜구동이 모래언덕을 비스듬히 타고 오르다 정상에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왼쪽으로 45도, 오른쪽으로 45도. 능선을 넘을 때마다 시야가 통째로 기울었다.

차창 밖으로 기울던 능선

차 안에서는 짐도 사람도 같이 굴렀다.

듄배싱 중 뒤따라오던 사파리 차량

처음 몇 번은 재밌었다. 그다음부터는 아니었다. 차가 들썩일 때마다 속이 같이 뒤집혔다.

모래언덕을 넘던 듄배싱

놀이공원 기구는 길어야 3분인데 이건 30분을 넘게 한다. 내려서 걸을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멀미가 심한 사람은 각오하고 타야 한다. 나는 평소에 멀미를 잘 안 하는 편인데도 힘들었다.

중간에 모래언덕에서 썰매도 탔다. 판을 깔고 앉아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건데, 속도가 안 붙어서 스릴은 없고 엉덩이만 아팠다. 솔직히 이건 안 해도 됐다.

사막을 걸어보면 알게 되는데 모래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 발이 푹푹 빠져서 몇 걸음 걷는 것도 일이었다.

모래에 발목까지 파묻힌 신발
모래언덕 위에 홀로 선 사람

낙타는 일어설 때가 무섭다

캠프에 도착하니 안장을 얹은 낙타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캠프 옆에 앉아 있던 낙타

낙타는 앉은 상태에서 사람을 태우고 일어선다. 뒷다리를 먼저 펴고 앞다리를 펴는데, 그래서 앞으로 한 번 뒤로 한 번 크게 휘청였다. 이 순간이 제일 무섭다. 안장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한다.

낙타가 일어서는 순간

낙타 등에 올라탄 채 찍은 사진

올라타면 생각보다 높다. 걷는 동안에는 좌우로 천천히 흔들리는데 말과는 리듬이 완전히 다르다. 코스 자체는 짧다. 캠프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정도라 십 분이 안 걸린다. 그래도 사진은 남았다.

낙타 옆에서, 캠프를 배경으로

줄지어 걷는 낙타 행렬이 능선을 따라 지나갔다. 이건 확실히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능선을 따라 걷던 낙타 행렬

능선을 따라 줄지어 걷는 낙타 행렬

내 낙타만 눈빛이 이상했다

낙타를 배정받을 때부터 좀 이상했다. 다른 낙타들은 멀뚱히 서 있는데 내 낙타만 눈을 굴리고 있었다. 기분 탓이려니 했다.

아니나 다를까 타고 가는 중에 갑자기 몸을 미친 듯이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목을 좌우로 휘두르고 등을 튕기는데 손잡이를 잡고 있어도 몸이 붕 떴다. 그 와중에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가 낙타 몸에 부딪혔고 셔터가 눌려 사진 한 장이 찍혔다. 하늘도 모래도 아닌 이상한 각도로.

낙타가 몸을 흔들 때 카메라가 부딪히며 눌린 셔터, 엉뚱한 각도로 찍힌 사막

그때 찍힌 내 얼굴이 이거다. 웃는 게 아니라 놀란 거다.

낙타 등에서 놀란 표정으로 찍힌 사진

솔직히 그 순간에는 이러다 떨어지겠다 싶었다. 낙타 등은 생각보다 높고 아래가 모래라고 해도 그냥 푹신하지는 않다. 인솔자가 와서 고삐를 잡고 나서야 멈췄다.

내려서 보니 그 녀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옆에 붙어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낙타도 성격이 제각각이다. 순한 녀석이 대부분이지만 까탈스러운 놈이 섞여 있다. 타기 전에 그 낙타가 얌전히 있는지 한 번 보고, 손잡이는 생각보다 훨씬 꽉 잡는 게 낫다.

캠프의 저녁

캠프는 천막을 두른 넓은 마당이었다. 사막 한복판에 분수대가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데 그게 또 두바이스러웠다.

천막 아래에는 카펫과 쿠션이 깔려 있고 가운데 시샤가 놓여 있었다. 물담배다. 일행들이 돌려 피우길래 나도 한 모금 빨아봤다. 술은 안 마시는데 이건 궁금해서 해봤다. 연기가 생각보다 순하고 달았다.

캠프 카펫에 기대 시샤를 물고 있는 모습

캠프 천막 아래 시샤

캠프 천막 아래에서 시샤를 돌려 피우던 사람들

한쪽에서는 헤나를 그려줬다. 그려주던 친구와 말이 통해서 한참을 떠들었다. 손등에 문양이 남았고 며칠 지나니 자연스럽게 흐려졌다.

손등에 그려준 헤나 문양

해가 모래언덕 뒤로 내려앉았다. 하루 중 이 시간이 제일 좋았다. 낮에는 눈을 뜨기 어려울 만큼 밝던 사막이 몇 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색이 됐다.

캠프 너머로 지던 사막의 해

저녁은 뷔페였다. 케밥이며 꼬치며 샐러드를 접시에 담아 카펫에 앉아 먹는데 문제는 바람이었다. 사막이라 모래가 계속 날린다. 접시에도 앉고 입에도 들어온다. 씹다 보면 자잘하게 서걱거리는 게 섞여 있었다. 웃긴 건 그게 싫지 않았다는 거다. 사막에 왔으면 모래도 같이 먹는 거지 싶었다.

접시에 담은 튀김, 파코라

밥을 먹는 동안 무대에서 공연이 있었다. 탄누라라고 부르는 회전 춤인데, 조명을 단 치마를 입은 사람이 한자리에서 계속 돈다. 몇 분을 쉬지 않고 돌자 치마가 원판처럼 펼쳐졌다.

조명 아래 회전하는 탄누라 공연

돌아오는 길

밤에 시내로 돌아왔다. 그날 밤은 도미토리가 아니라 공항 근처 호텔에서 묵었다. 다음 날 새벽 비행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냥 하루쯤 편하게 자고 싶기도 했다.

그날 밤 묵은 공항 근처 호텔 로비

침대에 눕고 나서야 온몸이 뻐근한 걸 알았다. 차에서 흔들리고 낙타에서 흔들리고 모래언덕을 걸었으니 그럴 만했다.

그날 밤 묵은 호텔 객실

다시 갈 거냐고 물으면 아니다. 듄배싱은 멀미가 심했고 썰매는 시시했고 코스는 어디나 똑같이 표준화돼 있다. 그런데 사막에 안 가봤으면 두바이를 봤다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몰과 초고층 빌딩만 보고 떠났다면 이 도시가 원래 뭐 위에 세워졌는지는 모른 채였을 테니까.

그거면 충분한 값이었다.

사막 사파리 예약, 어디서 얼마에

코스는 업체마다 거의 같다. 오후 픽업 → 듄배싱 → 캠프 → 낙타·헤나·시샤 → 바비큐 뷔페 → 공연 → 밤 귀가. 그래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디서 얼마에 끊느냐가 갈린다. 호텔 컨시어지에서 끊으면 비싸고 길거리 호객은 불안하다.

내가 갔을 때는 현지 소셜커머스 딜로 잡았다. 지금은 GetYourGuide·Klook·Viator 같은 액티비티 플랫폼에서 같은 코스를 비교해 예약하는 쪽이 보편적이다. 후기와 포함 사항, 픽업 지역, 취소 정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차이가 크다. 공용 차량에 기본 코스만 넣은 상품이 제일 싸고, 개인 차량이나 사륜 바이크·샌드보드·팔코너 체험을 더하면 올라간다. 예약할 때 픽업 가능 지역을 확인해야 한다. 시내 중심에서 벗어난 숙소는 추가 요금이 붙거나 픽업이 안 되기도 한다.

혼자 예약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공용 차량이라 다른 여행자들과 한 차에 타게 된다. 나는 그 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날 하루를 같이 보냈다.

멀미와 복장,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

멀미약은 챙겨가는 쪽이 낫다. 듄배싱은 30분 넘게 이어지고 상하좌우로 계속 흔들린다. 차에 타기 전에 먹어야 효과가 있고, 앞자리가 뒷자리보다 덜 흔들린다.

직전에 많이 먹지 않는 게 낫다. 저녁 뷔페가 코스에 포함돼 있으니 점심은 가볍게 먹고 가면 된다.

옷은 편한 걸로, 신발은 벗기 쉬운 걸로.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온다. 샌들이나 슬리퍼가 편하고 운동화라면 모래를 털 각오를 해야 한다. 캠프는 신발을 벗고 카펫에 앉는 구조다.

낙타는 손잡이를 꽉 잡는다. 순한 녀석이 대부분이지만 성격 있는 놈이 섞여 있고, 흔들기 시작하면 잡을 데가 그것뿐이다.

해가 지면 사막은 식는다. 낮이 40도를 넘어도 밤에는 바람이 차다. 얇은 겉옷 하나는 챙기는 쪽이 낫다.

모래는 카메라에 안 좋다. 렌즈를 갈아 끼우는 카메라라면 사막에서 되도록 열지 않는 게 낫다. 나는 컴팩트 카메라 하나로 다녔는데 그게 오히려 편했다.

다음 편은 두바이 마지막 날이다. 침대에 그동안 모은 것들을 다 펼쳐놓고 정리한 하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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